이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거실. 벽에는 액자를 걸어두려 했던 흔적이 선명하다. 손톱만 한 구멍이 세 개, 그중 하나는 못이 헛돌아 생긴 긴 자국, 옆에는 지난번에 뚫었다가 메운 자리까지 겹쳐 있다....
집 안 수리 셀프를 검색하면 대개 도구 목록이나 작업 순서가 먼저 나온다. 드라이버 세트를 준비하고, 실리콘을 짜고, 전구를 갈고, 물새는 곳을 찾아 조인다는 식이다. 그런데 정작 오래 집을 돌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앞 단계에 있다....
한 건물주가 10년 넘게 임대를 돌리며 직접 손볼 수 있는 고장과 그렇지 않은 고장을 구분하는 기준을 정리해 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수리 기사에게 전화하기 전에 항상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한다....
“이사는 안 가고 계속 살 건데, 집이 먼저 늙으면 어떡하죠?” 오래 사는 집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이사를 전제로 집을 관리하는 사람은 고장 나면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남기로 결정한 사람은 고장 하나하나가 자신의 미래 비용이라는 사실을…...
한 주택 관리 강연에서 진행자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지난 1년간 집에서 고친 것 중, 전문가를 부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 비율이 얼마나 됩니까?" 손을 든 사람들의 답은 대체로 비슷했다. 큰 공사는 맡기지만, 자잘한 문제는 대부분 직접 처리한다는 것이다....
문을 닫고 오래 앉아 있는 자리에서 발견되는 신호 겨울 저녁, 거실 소파 옆 협탁 아래로 손을 뻗어 멀티탭을 만지다 보면 생각보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이건 우리 집 문제인가요, 옆집 문제인가요?” 공동주택이나 다세대, 상가 겸용 건물에서 수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주방 상부장 문이 반쯤 열린 채 멈춰 있고, 현관 신발장 위쪽 벽에는 작년 장마 때 생긴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욕실 천장에는 새까맣게 번진 곰팡이 자국이 있고, 거실 한쪽 스탠드 전구는 반년째 나간 상태다....
한국의 겨울은 실내외 온도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벽과 창가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가 흔하게 나타나는 계절이다. 낮에는 난방으로 실내가 따뜻해지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이 반복되면, 벽지와 창틀 주변은 어느새 축축해진다....
집 안 수리 셀프에 대해 흔히 퍼진 오해가 하나 있다. “공구만 있으면 어디든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다. 수리의 성패는 공구보다 손이 닿는 거리와 자세에 의해 갈린다....